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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마음은 나쁜 걸까?
작성자 CMS관리자 작성일 2024.04.17 조회수208

불안한 마음은 나쁜 걸까?

불안은 나쁜 것일까?  인간 감정은 다양한 면을 지닙니다. 그중 불안은 우리에게 불편함을 가져다주기에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감정입니다. 불청객처럼 느껴지는 이 감정은 우리의 내면의 평화를 방해하고 일상생활을 흐트러뜨리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불안이 정말 나쁜 것일까요? 불안을 신경과학과 진화심리학의 렌즈로 들여다보면, 조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불안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알리는 정교한 경보 시스템입니다. 불안은 뇌 속에 있는 아몬드 모양의 작은 구조물인 편도체에 뿌리를 두고, 해마나 전두엽 피질과 같은 다른 뇌 부위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수백만 년의 진화에 의해 다듬어져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고, 우리의 생존을 보장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실제이든 상상이든, 위협을 감지하면 우리의 뇌는 아드레날린과 코티솔 같은 화학물질을 방출하여 몸을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얼어붙게 준비시킵니다. 이 과정은 끊임없는 위협에 노출돼 지내던 우리의 조상들에게,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필수적이었습니다. 위협을 빠르게, 의식화 되기 전에 감지하는 것은 생사를 가르는 아주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현대에 와서는 우리가 직면하는 위협들이 물리적인 생존보다는 심리적 스트레스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우리 뇌의 경보 시스템은 아직도 남아 강력하게 반응합니다.  진화 심리학은 우리가 불안을 경험하는 이유에 대해 불안 행동이 생존과 번식의 기회를 높인 적응적 반응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선사시대 인간이 포식자를 보고 느낀 불안은 그들의 경계를 높이고 탈출 준비를 하게 함으로써 살아남도록 도왔을 것입니다. 그렇게 겁이 많은 조상들은 도망치고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유전자를 남겼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조상들이 직면했던 것과 같은 위협에 직면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불안의 기본 메커니즘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여전히 신호로 작용하여 위험이 될 만한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고, 조심하라고 알립니다. 문제는 이 선의의 메커니즘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일상적인 자극마저도 큰 위협으로 해석하고, 압도적인 불안을 유발할 때 발생합니다. 불안을 받아들이는 방법  이런 불안의 깊은 뿌리를 인식하는 것은 불안과의 건강한 관계를 기르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불안을 철저한 적으로 보기보다 비록 가끔 지나친 면이 있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무엇인가를 알리는 신호로서 받아들이는 태도가 더 도움이 될 겁니다. 불안을 다루기 위해서는 단순히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보다는 인정하고, 한편으로는 잘 보내주어야 합니다. 감정은 지나가는 경험이 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안을 불편하지만, 내 삶에서 일어나는 삶의 한 요소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마음챙김 명상(mindful meditation)적인 태도는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으로 불안한 감정을 관찰하게 도와주며, 그것이 진화에 의해 다듬어진 자연스러운 반응임을 이해하게 합니다. 불안을 두려워하거나, 그로부터 당장 벗어나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찬찬히 살펴볼 수 있다면, 불안은 나를 잠시 스쳐 지나갈 뿐이며, 나는 그 불안을 통과시키는 문과 같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는 불안을 잘 보내줄 수 있도록 그 문을 열어주어야 하겠죠.  운동 기구를 사용함으로써 강해지는 근육처럼, 우리가 불안을 점진적으로 자주 접할 때 불안을 다루는 능력이 향상됩니다. 불편함은 피하려는 것이 우리의 본능적인 반응입니다. 그렇다면 불안이 불편하지만 위험하지 않고,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경험이 쌓일 수 없습니다. 의도적으로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에 점차적으로 직면할 수 있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감이 길러질 겁니다. 불안을 대하는 태도와 인지가 바뀌게 되면서 불안한 반응의 강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불안을 잘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데 있어서, 혼자서 해나가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상담 센터를 방문하거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자신의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불안이라는 대상과 거리감이 생겨나며, 불안을 더 효과적으로 탐색할 수 있게 됩니다. 함께 하면 더 멀리, 더 오래 불안을 다루는 여정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불안에 대해 좀 더 잘 알아가면서, 우리는 이 복잡한 감정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바꿀 수 있습니다. 모든 감정이 그렇듯이 불안은 본질적으로 나쁜 것이 아니라, 우리를 보호하도록 설계된 미묘한 시스템의 일부입니다. 불안과 적절한 거리를 두고 잘 관리하는 법을 배우면서, 우리는 더 균형 잡히고 충만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삶이라는 춤에서, 불안은 우리가 만나게 되는 많은 리듬 중 하나입니다. 연민과 이해를 바탕으로 그 리듬에 맞추어 조율함으로써, 우리가 맞이하는 어려움들을 더 우아하게 통과할 수 있으며, 이러한 보편적인 인간 존재의 측면과의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푸른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 저서 나를 살피는 기술 (2020),  어른의 태도 (2022), 내가 살린 환자, 나를 깨운 환자 [공저]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