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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작성자 블루터치 작성일 2023.07.24 조회수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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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일하다 보면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와 같은 말을 듣게 됩니다. 수많은 철학자들이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 한 것을 나 같은 일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어떤 답을 줄 수 있을까요? 실은 그 말을 한 사람도 제게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맘에 쏙 들 정답을 누군가 준다는 그런 건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면 저의 관심사는 “왜 이런 이야길 지금 꺼내게 되는 것일까?” 에 있게 됩니다. “어쩌다가, 그리고 지금 여기서 이야기를 할 만큼 이렇게 강하게 들게 되었을까요?” 라고 질문을 던집니다. 저는 이 문장이 떠오르게 되기까지의 과정에 관심이 매우 많습니다. 왜냐하면 이 생각, 의문이 그냥 갑자기 튀어나온 것 같지만 거의 모든 경우 내 생각에는 흐름이라는 맥락이 있기 때문입니다. 맥락을 알아야 지금 이 의문의 의미도 파악이 됩니다. 그런데 본인조차 이런 의문이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잘 모를 때도 있습니다. 마음의 상태가 지금에 이른 바로 그 경로를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고 어떤 계기로 그런 생각이 시작되었는지 함께 살펴보곤 합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라는 건 내내 하던 생각이에요. 딱 언제부터가 아니에요” 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언제부터 지금처럼 이 생각이 강하게 들었는지’를 살펴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 이 문장이 이런 의미였구나’, 하는 실마리를 찾게 될 때가 많습니다. 만일 지금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는 생각이 든다면 이 두 가지를 따라서 해보십시오. 우선 “언제부터 이런 생각이나 느낌이 더 들었는지” 와 같이 맥락을 찾고, 그리고 “그때 든 생각이 정말 사실인지 다른 더 도움이 되는 생각은 없을지” 를 살펴보는 것 입니다. 한 번 연습을 해 볼까요? 지금 이 순간 내게 어떤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면, 잠시 그 생각을 바라보며 생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내가 어떤 계기로 이런 생각이 들었지? 어제도 이 생각을 했나? 전에도 이렇게 강하게 생각을 했나?” 예를 들어, 지인이 연락을 받지 않았을 때, 일하다 실수했을 때, 이성에게 차였을 때, ‘난 안돼, 나는 틀렸어, 나는 멍청해, 이건 끝나지 않을 거야, 항상 잘 안될 거야, 가망이 없어, 나는 운이 없어’라는 생각이 들었을 수 있습니다. 그 생각은 너무 순간적이라 내 머리에서 사라지고 단지 그 생각의 성급한 결론인 “그러니까 살 이유가 없어” 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정말 ‘항상 안 될 사람이고, 무조건 가망이 없으며, 정말 멍청하고, 잘 될 리는 없으며, 희망이 전혀 없고, 운이 항상 없는 것이 진실일까요?’ 한 번이라도 ‘잘 되었던 적’이 없을까요? 정말 ‘멍청이’라는 객관적인 근거가 있을까요? 영리한 대처를 한 적이 없나요? 만약 항상 잘 못 될 거 같다는 생각이 사실이 아니라면 어떨까요? 많은 경우, 그 순간에 들었던 자동적인 생각이 사실이 아니거나 꼭 도움이 되는 생각이 아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내가 후회하고 있는 어제도, 10년 뒤 내일도 아닌, 지금 이 순간입니다. 내가 이 순간을 조절할 때 내가 서 있는 인생의 길의 작은 부분을 조절할 수 있고, 이 순간이 쌓여 과거가 되고 내 여정이 되는 것입니다. 의외로 사소한 단서들이 지금의 부정적인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마치 심판관 마냥, 그러니까 ‘너는 살 가치가 없다’, ‘희망이 없다’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있었을 수 있습니다. 내가 내 마음의 흐름을 잘 알아 조절할 수 있다면 내 기분을 조절하는 데에 그리고 내 부정적인 생각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마음 돌아보기를 혼자 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면 함께 이런 생각을 같이 들여 다 볼 수 있는 상담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