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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외로운가?
작성자 블루터치 작성일 2022.08.16 조회수1309

 

 

2020년 통계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율이 전체의 31.7% 가구 수로 따지면 664만 가구를 돌파했다고 합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우리에게 ‘나혼자 산다.’, ‘사회적 격리, 고립’이란 말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내 주변에서 너무나 흔한 상황이 되었다는 말이지요.


어느덧 2년이 넘는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사람들의 삶과 일상도 많이 변했습니다. 출퇴근과 직장일 외에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넷플릭스를 보거나, 웹툰을 보면서 보내곤 했습니다. 비혼주의와 딩크족, 미니멀리즘이 특별한 문화가 아니라 저희 일상에 흔하게 녹아들게 되면서, 우리는 외로움이란 이슈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생각해 볼 여지가 생겼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가.
근원적인 외로움과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지만 혼자서 살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50년 전이라면 아예 불가능했겠지만, 2022년 현재는 그렇지 않습니다.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가 생기고, 인터넷 쇼핑과 쿠팡의 존재로 인해 외딴 섬에서 혼자 사는 1인 가구도 의식주를 자급자족하는 데 큰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지요.
2018년 영국 BBC에서 외로움에 관한 온라인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 결과 5가지의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첫째, 젊은이들이 노인보다 더 외로움을 느낀다.
둘째, 외로움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셋째, 외로움과 사회성은 큰 연관이 없다. 사교적이고 인기가 많은 사람도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호소한다.
넷째, 외로움은 계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흔히들 '가을 탄다. 외롭다'라는 말은 선입관에 불과하다는 거죠.
다섯째, 외로움을 자주 느낄수록 사회적 공감 능력이 평균보다 높았다.


우리가 외로움에 대해서 알고 있던 여러 사회적 통념들이, 실제 연구에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을 때 저도 조금 놀랐습니다. 정신과 의사인 저 또한 인간의 외로움에 대해서 나도 모르게 선입관을 갖고 있었구나하는 사실에 조금 부끄러웠지요.


인간은 저마다의 자율성과 다양성이 존재하고, 심지어 한 사람의 마음 안에서도 타인에게 기대고 싶은 의존성과 독립성이 양립하는 양가감정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모순과 궁금증이 들 때면 저는 정신분석가인 구스타프 융의 성격유형이론의 한 구절을 떠올려보곤 합니다. 인간의 성격은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유전적으로 받은 기질과 개인의 경험, 환경이 합쳐져서 성격을 형성한다는 것이지요. 우리의 마음은 흐르는 물처럼 항상 변하고, 주변의 환경에 영향 받으면서 또 새롭게 적응해 나갑니다. 우리의 외로움도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각자의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들며 그 사람의 성향에 물들어 가겠지요.


외로움은 부정적이고 나쁜 감정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작은 숙제’ 같은 것입니다. 이 외로움을 슬기롭게 받아들이고, 극복할 방법을 찾는 것이 삶을 더 윤택하고 즐겁게 만드는 비결이겠지요. 어쩌면 극복한다는 표현보다는 외로움과 함께 어렵지만 한발 한발 걸어 나갈 방법이 찾는다는 것이 더 맞을 겁니다.


외로움에 대해 알기 위해선 나 자신에 대해 더 자세히, 깊숙이 알아야 합니다. 우울하고, 불안하고, 세상에서 나 혼자인 것 같은 정말에 빠질 때 내가 어떤 방어기전을 쓰는지, 남 탓을 하거나 회피하는지, 합리화를 하거나 억압을 하는지 등등에 대해서 말이지요.


어쩌면 외로움이란 감정은 우리 자신의 솔직한 민낯을 수면에 비춰줍니다. 일기를 쓰고, 자기 자신의 모습을 매일 한 장씩 사진으로 남기고 기록해보세요. 그날의 감정들을 소리 내어 말한 뒤 녹음하고 며칠 뒤 다시 들어보세요. 나의 글, 표정, 목소리를 제 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우리는 나 자신도 몰랐던 모습들을 새로 발견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외로움을 받아들이고 익숙해진다는 것은, 타인과의 사회적 거리를 두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대인관계에서 느꼈던 피로와 상처, 불안으로부터 잠시 내 자신을 쉬게 하고, 그동안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하라는 의미이지요. 자신이 이만큼 지쳐있던 것도 모를 만큼 일에만, 다른 사람의 기분에만 온 신경이 쏠려있던 우리에게, 어쩌면 외로움은 스스로를 돌보라는 신호일겁니다. 

 

나의 외로움에게, 더 따뜻한 손을 내 밀수 있는 화해의 방법을 배운다면, 우리는 혼자여도 충분히 괜찮을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