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터치

미국에 로세토(Roseto)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로세토는 미국 펜실베니아주 북부에 위치한 마을인데 이 마을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로세토 효과(The Roseto Effect, 1992)인데요. 1960년대 로세토 마을의 사람은 이웃 지역과 비교했을 때, 심장병 위험도가 높은 55세에서 64세 사이 사람들의 심장병 사망률이 거의 0%에 가깝고, 65세가 넘는 노인의 심장병 사망률 또한 전국 평균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연구가 진행되는 시기에 로세토 마을의 범죄율은 제로에 가깝고, 공공부조를 신청한 사람들도 없으며, 경제 수준이 비슷한 지역과 비교했을 때 대학 진학률 또한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았다고 합니다. 많은 이들이 이 지역에 관심을 두는 중요한 이유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동네도 아니고, 좋은 식습관을 가진 것도 아니며 더군다나 술과 흡연도 많이 하는 지역인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냐는 사실입니다. 이와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심층적인 관찰과 연구를 해본 결과, 로세토 주민들의 심신을 건강하게 만들어준 가장 중요한 원인은 상호 존중과 협동을 기초로 하는 “공동체”였음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일상에서 이웃끼리 안부를 묻고, 음식을 나누고, 도움을 주고받고 하는 공동체 말이죠.

결국 사회적 문제의 해결 방법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로세토가 유명해지기 시작하며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졌던 1980년경 심장병이나 범죄 발생률은 다른 지역과 별 차이가 없어졌다고 합니다. 도시화되면서 사람들 간 관계를 이어갈 시간이 부족하고, 경제적 부를 축적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쓰면서 로세토만의 전통적인 공동체가 붕괴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로세토 마을의 이야기를 통해 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한 깨달음과 동시에 완벽하진 않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 안에서 할 수 있는 실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의 일상에 관심 갖는 실천들. 공동체 안에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누군가, 특히 전문가의 관리가 아닌 이웃 간 관계를 만들어가는 서로의 노력이 이어진다면 지금의 시대에 어울리는 공동체의 실천 또한 가능할 것 같습니다.

UN에서는 매년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를 발간합니다. 6가지 변수(1인당 국민소득, 개인의 자유, 부정부패, 건강수명, 사회적 지원, 관용)와 삶의 만족도와의 관계를 측정하는데 그중에 사회적 자원에 관한 질문 “당신이 곤경이나 위기에 처했을 때, 언제든지 당신을 도와줄 수 있는 가족, 친척, 친구가 있습니까?”에 눈이 갑니다. 서로가 언제든 도울 수 있는, 도움 받을 수 있는 관계 뿐 아니라 좋은 일이 있을 때 함께 하고 싶은 이웃은 있는지 서로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 비가 오는 평일.
아내가 분주하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한참 동안 메시지를 주고 받고 하길래 뭐가 그리 바쁜지 물어보니 낮에 동네 언니들하고 수제비와 김치전을 먹는다고 합니다. 특별한 날도 아닌데 무슨 일이라도 있나 궁금해서 또 질문을 했습니다. “무슨 날이야?”라고 물어봤더니 아내는 아주 간단히 “비가 오니까”라고 답을 하고 자기 일을 합니다. 성당을 갈 때도, 반찬을 나눌 때도, 운동을 할 때도 자주 만나는 것 같은데 비가 오니 또 만날 이유가 되나봅니다.

주위의 이웃을 만나고자 한다면 만날 이유는 참 많을 것 같습니다. 그냥 밥 한끼, 차 한 잔이 될 수도 있지만 서로에 대한 관심과 안부가 마음을 여유롭고 행복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비가 자주 오는데, 동네 이웃을 만날 이유가 많아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