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코로나가 되면서 조용했던 밤 거리가 사람들로 가득하다. 죽어가던 오프라인 상권이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고, 반대로 코로나 덕을 보던 온라인 시장은 다시 울상을 짓기 시작했다. 코로나 블루로 외로움을 호소하던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 사람을 만날 수 있으니 이제야 살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늘어난 회식 스케쥴, 늦은 귀가, 대인 관계에서 빚어지는 갈등으로 앓는 소리를 한다. 이처럼 우리는 어떤 환경이 오든, 외부 환경에 휘둘리는 연약한 존재이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아무리 정확한 예측 기술이 나타난다 해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이렇게 바꿔볼 수 있다. 우리가 휘둘리지 않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세계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매일 내가 보내는 일상의 시간에 있다. 우리가 유일하게 스스로 통제하고 원하는 대로 끌고 갈 수 있는 것은 내가 보내는 하루의 시간이다. 하루 중에서도 ‘나 혼자 있는 시간’은 스스로 ‘통제가능한’ 세계를 만드는 중요한 재료가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던 시절, 루틴, 리추얼, 습관의 힘을 이야기하는 책이 줄지어 나왔던 이유도, 통제불가능한 외부 변수가 개인의 삶을 지배할수록 통제가능한 세계에 대한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 잠자리를 정리하고, 아침 요가를 하는 시간, 스마트폰을 끄고 달리기를 하는 시간, 주변을 두런두런 보며 산책하는 시간, 매일 밤 하루를 회고하며 일기를 쓰는 시간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투자할 수 있는 시간, 루틴의 세계이다.
대인 관계로부터 힘든 날에도 루틴이 있는 사람은 외부 상황에서 잠시 떨어져,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가진다. 짐작할 수 없는 타인의 마음을 짐작하느라 시간을 보내지 않고 ‘오늘 나 어떻게 느꼈지? 무엇이 나를 힘들게 했지? 하고 스스로 물어보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이처럼 나를 토닥거리는 매일의 반복된 루틴은 모든 것이 바뀌고 불안해져도, 휘둘리지 않고 하루를 살아내는 중심이 되어 준다.
루틴이 필요한 또다른 이유는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유일한 시간이라는 점이다. 스마트폰 시대를 사는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고, 타인과 연결된다. 핸드폰만 열면 타인의 인생이 전시되어 있으니 자연스럽게 나와 다른 사람을 비교하게 된다. 타인의 삶이 영감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자책의 순간을 많이 만들어낸다. 나보다 더 멋진 곳에 간 사람, 나보다 더 화려하게 사는 사람, 행복해 보이는 사람을 구경하면서 ‘나만 이 모양 이 꼴이야’ 하고 자책하게 되고, 자신의 못난 모습을 숨기기 위해 ‘작은 시도’를 포기하게 된다. 루틴은 작은 시도를 통한 작은 성취의 경험을 선물한다. 타인이 주인공이 되기 쉬운 소셜미디어 환경에서,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오직 나를 위해 투자하는 성취의 시간이 된다. 매일 짧은 시간이라도 나에게 투자했다는 정서적 감각과 시간이 쌓이면, 내가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나로 머무는 시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제니 오델의 책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법> 저자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매일 반복하는 루틴의 시간은 그런 면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법이 될 수 있다.
코로나와 같은 외부적 환경이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 때, 나 자신이 부족하게 느껴질 때, 나만 못나게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 내가 쌓아온 루틴의 시간은 나를 지켜주는 방패가 된다. 나는 나를 위해 시간을 얼마나 쓰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