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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레드 극복을 위하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9.21 조회수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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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레드 극복을 위하여 내 안의 분노에게 웃으면서 화해하는 법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된 요즘, 사람들은 코로나 방역으로 인해 여러 가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코로나라는 바이러스에 걸릴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컸다면 코로나의 안정과 확산이 반복되는 요즘은 분노의 감정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코로나19 연구팀이 2020년 8월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 19와 사회적 건강 1차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뉴스에서 어떤 감정을 가장 크게 느끼는가를 선택하도록 한 결과, 지난 달 초에 실시한 결과 대비 분노는 11.5%에서 25.3%로 증가했고, 공포는 5.4%에서 15.2% 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분노란 무엇일까요? 분노라 화가 나거나, 끊어 오르는 화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화를 이기지 못해 번민하는 마음을 통괄하여 부르는 말입니다. 분노는 자신이나 타인에게 어떤 자극이 위협적이거나 위험한 것으로 감지하게 되었을 때, 그에 대한 심리 생리적 반응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분노는 공격적 감정으로 개인적 좌절뿐만 아니라 집단적 좌절로 일어나기도 합니다.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분노란 아마도 코로나19로 야기된 우리 일상생활의 균열에 대한 집단적 좌절의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가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를 가지 못하고, 주부들은 아이들을 돌보는데 보다 많은 시간을 써야하며, 직장인들은 경제상황 악화로 인한 실직에 대한 두려움과 언택트 시대 변화하는 근무환경에도 적응해야 합니다. 또한 사회적 접점이 부족해 소외되어 있는 노인들은 이용 가능한 시설들이 축소되면서 더욱 더 고립되어가고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것들은 코로나19가 끝나면 모두 해결될 문제라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 끝이 어디일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여러 매체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시대는 그 전과 다를 거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고, 실제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재 지금 이 순간 세상은 달라져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에 대한 고민 이전에 우리는 현재 우리는 삶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분노는 코로나 19가 끝나지 않는 것이 누군가 방역을 잘 지키지 않고 그로 인해 내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코로나19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단지 이 끝을 알 수 없는 싸움에서 우리는 화를 낼 대상이 필요할 뿐입니다.

내 삶의 일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요즘, 그 균열이 버거운 우리는 화가 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내 안에서 일어나는 화를, 분노를 다스릴 힘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이 코로나 19와의 전쟁의 끝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 안의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우선 우리는 이 싸움이 계속 지속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코로나19가 언젠가 끝날 거라는 막연한 기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분노를 높이기만 할 뿐입니다. 물론 그와 같은 인정이 쉽지는 않습니다. 또한, 저마다 현실을 인정하고 적응하는데 필요한 기간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인정하고, 변화된 지금의 삶에 적응하려고 노력할 때 우리의 분노는 조금씩 나아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종식을 예측할 수 없는 외부적인 위협을 일상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우리의 삶을 방식을 맞춰나가려는 노력하는 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따라서 분노를 걷어내고, 일상으로 돌아가 코로나19 시대의 삶에 적응하기 위한 나만의 생활방식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기울여보면 어떨까요? 

코로나19로 만들어진 일상의 균열이 나만의 생활 노하우로 채워질 때 우리는 분노 대신 일상의 작은 행복에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나은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 Medical Director
중랑구정신건강복지센터장 서울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