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의 회복에 관한 이야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8.19 조회수274
정신장애인의 회복에 관한 이야기
정신장애란 무엇일까요? 정신건강의학 교과서에 따르면 정신장애란 정신 기능의 기초를 이루는 심리학적, 생물학적, 혹은 발달 과정에서의 기능 이상을 반영하는 개인의 인지, 정서조절 또는 행동에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장애라는 특징을 가진 증후군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좀 더 쉽게 이야기를 하면 여러 가지 이유로 뇌의 문제가 발생하여 개인의 인지, 정서 및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질환을 가진 정신장애인에 대해서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을까요?

지난 4년 간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실시한 대국민 정신건강 지식과 태도 조사를 살펴보니 우리가 가진 생각의 일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조사 결과, - 정신질환은 누구나 걸릴 수 있다. - 정신질환은 치료 가능하다, - 정신건강 문제 발생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라는 세 가지 질문에 모든 응답자의 70% 이상이 그렇다로 답했습니다. 하지만, - 본인의 정신건강문제 상담대상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중 11.7% 만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라고 대답했고, - 한 번이라도 정신질환에 걸리면 평생 문제가 있을 것이다, 라는 질문에는 50%이상이 그렇다라고 답을 했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이 결과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모순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났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신장애가 치료 가능하다, 라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본인에게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88% 이상의 많은 수가 치료를 원치 않으며, 결국 정신장애는 평생 문제를 야기할 거라는 모순된 인식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머리로는 정신장애가 치료가 필요하며, 치료를 통해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문제로 인식되는 경우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로 인해 이를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려워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럼 실제 정신장애인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치료를 받고 있을까요?

최근 7월 23일 발표된 서울연구원 결과에 따르면 2017년 정신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서울시민은 52만 명으로 서울 전체 인구의 5.3%였다고 합니다. 2016년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 일 년 유병률이 11.9%였던 것으로 보아, 실제 치료를 받은 비율은 대략 50% 미만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치료받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불안장애, 우울장애, 수면장애 등이었고, 조기발견, 지속적인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한 만성정신질환 등은 52만 명 중 겨우 5.1% 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이 결과는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걸까요? 첫째,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인식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일반 대중의 인식과 행동의 불일치로 이해가 됩니다. 둘째, 정신장애 중 특정 질환의 경우 병에 대한 인식이 어려워 치료의 지속적 필요성을 간과하기 쉽기에 일어나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어딘가 아프게 되는 경험을 합니다. 그 중 일부 질병의 경우 일시적으로 약을 먹으면 금방 나을 수 있는 병도 있고, 평생 잘 조절해야 하는 병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정신장애 환자들은 일정기간 약물을 복약하는 것에 대해서는 잘 수긍하고, 또한 자신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증상들, 예를 들어 공황증상이나 수면 등의 경우 약물치료를 하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십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한 만성정신질환을 진단을 받는 경우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병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부정하거나, 약물 치료에 거부적인 만성정신장애 환자를 만날 때마다 제가 환자분들께 건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을 앓기 시작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성질환을 진단받은 순간부터 약물로 혈당이나 혈압을 정상상태로 유지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정신장애가 발생한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 합니다. 당뇨나 고혈압이 생기는 것처럼 정신장애 역시도 여러 가지 이유로 뇌라는 장기에 문제가 생겨 우리의 인지, 정서, 행동에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따라서 당뇨나 고혈압처럼 정상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생각, 기분, 행동을 조절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약물치료가 필요하고, 당뇨나 고혈압처럼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의학적으로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을 병식(Insight)라고 합니다. 정신장애가 치료 없이 계속 진행되는 경우 자신이 아프다고 인식하지 못하고, 뇌의 기능문제로 인해 자신이 겪는 여러 인지, 정서, 행동 문제들을 실제라고 믿게 됩니다. 따라서 자신 또는 누군가를 해치라고 들리는 소리 (환기), 누군가가 나를 감시하고 있고, 해할 것 같다는 생각(망상) 등이 실제라고 믿게 되고, 이로 인해 정신장애인이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하거나 타인을 해치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여러 정신장애인의 범죄는 치료의 부재 및 회복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환경 안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신장애인의 회복은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첫째, 정신질환을 다른 신체적 질환과 같은 범주에서 바라볼 수 있는 편견 없는 사회적 분위기, 둘째, 정신적인 문제에 대한 치료 감수성의 높아지는 것이 정신장애인 회복의 첫 걸음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정신장애인의 회복은 다른 신체적 질환과 달리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개인이 가진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사회 안에서 함께 생활하며 지속적으로 소통을 위한 노력을 해 나갈 때 비로소 정신장애인의 회복은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이 회복의 첫 걸음에 동참해 보시면 어떨까요?

나은진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 Medical Director)

1) DSM-5: 정신질환 진단및통계 메뉴얼(약칭 DSM)의 다섯 번 째 개정판으로 미국정신의학협회(APA)에서 발행한
분류 및 진단 절차임 2) 지난 1년 동안 한 가지 이상의 정신질환에 한 번 이상 이환된 적이 있는 비율 3) 주위에 사람이나 소리나는 사물이 아무것도 없는데도 어떤 소리나 사람 목소리가 들려오는 지각 장애 4) 현실에 맞지 않는 잘못된 생각의 사고 장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