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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에 대처하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1.25 조회수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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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에 대처하기
우리 주변을 맴도는 우울 
계절이 바뀌고 옷깃을 세우고 어딘가 몸을 파묻고 다니고 싶은 겨울이 왔습니다. 싱그러운 봄을 비롯한 다른 계절들과 달리 움츠리게 되고 외출도 줄어들고 연말에 각종 모임들로 인해 건강을 챙기는 일들은 소홀히 하기 쉬운 계절입니다.우리나라에서 계절에 따른 우울감이나 우울증에 대해 주기적으로 조사하는 데이터는 없지만,전반적인 우울에 대한 조사는 주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그 중에서 우울증으로 인한 사회 · 경제적 비용측면에서 살펴보면,우울증으로 인한 직접 진료비의 경우 2007년 2,423억 원에서 2011년 3,377억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였으며, 우울증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 비용은 2007년 11억 원에서 2011년 31억 원으로 역시나 큰 폭으로 증가하였습니다(중앙정신건강사업지원단, 2018).

약간 관점을 달리하여 최근 1년 동안 연속적으로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우울감(슬픔이나 절망감)을 경험한 19세 이상 서울시민의 비율은 2017년 7.2%로 2015년에 비해 0.7% 감소하였습니다(2017 지역사회건강조사, 보건복지부 · 질병관리본부).이는 2014년에 8.1%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2016년까지 감소하다가 2017년도에 다시 0.2% 증가한 수치입니다. 서울시가 전국 수치보다 1.1% 높고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경험률을 차지하였습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그 정도를 명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비율입니다.

우울하면 모두가 우울증? 
우울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굉장히 흔하고 우리 주변 깊숙하게 들어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모든 우울감을 우을증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병리적 현상으로 풀어내는 우울증, 즉 주요 우울 장애는 일시적으로 기분만 저하되는 상태를 말하지는 않습니다. 우울감 혹은 의욕의 저하와 함께 전반적인 정신, 신체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하며, 이러한 증상이 거의 매일, 하루 종일 나타나는 경우에 한정합니다. 하지만, 우울한 사람들은 본인이 우울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며, 주로 불면이나 업무능력의 저하, 짜증, 기분 변화 등의 모습을 호소하게 됩니다.

정확히 살펴보면,우울증 (주요 우울장애)의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하루의 대부분, 그리고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 2 모든 또는 거의 모든 일상 활동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이 하루의 대부분 또는 거의 매일같이 뚜렷하게 저하되어 있을 경우 3 체중 조절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의미있는 체중 감소나 체중 증가, 거의 매일 나타나는 식욕 감소나 증가가 있을 때 4 불면이나 과다 수면 5 정신 운동성 초조나 지체 6 피로나 활력 상실 7 무가치감 또는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죄책감을 느낌 8 거의 매일 나타나는 사고력이나 집중력의 감소 9 반복되는 죽음에 대한 생각(단지 죽음에 대한 두려움뿐만 아니라), 특정한 계획 없이 반복되는 자살 생각 또는 자살 기도나 자살 수행에 대한 특정 계획

위 9가지 중에 5가지 이상 (1, 2 중 한 가지는 필수적으로 포함)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어 일상생활에 뚜렷한 기능저하를 가지고 오는 경우에 진단을 하게 됩니다.

우울에 대처하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실제 진료실에서 내원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우울해서 왔습니다.라고 말씀하시는 우울증 환자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일이 되지 않아서, 짜증이 너무 나서, 애들한테 안 내던 혼을 내서,잠이 오지 않아서,밥이 돌 씹는 것 같아서, 가슴이 답답해서, 명치 끝에 돌을 얹어 놓은 것 같아서, 감정기복이 너무 심해서, 몸이 여기저기 아픈데 병원에 가도 다 정상이라고 해서 등등. 다른 표현을 하시는 우울증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이는 우울의 특성 자체가 본인이 우울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인지해내기가 쉽지 않은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평소에 기분이 조금 떨어질 때 스스로의 모습이 어떤지 한 번씩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나고 보면,우울 속에 있을 때보다는 스스로의 모습을 인지하기 용이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없던 어떤 모습들이 생기는지,잘되던 일들 중에 어떤 일들이 안 되는지 알아두기 용이합니다. 유의미하게 우울할 때의 모습은 확연히 다르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가벼운 우울이 반복이 될 때는 그 모습이 유사한 경우가 많고 또 우울증까지 발생하더라도 이 모습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기분이 하향곡선을 그릴 때 모습을 미리 알고 있다면,심한 우울 속에 있을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약물치료, 정신분석을 포함한 면담 치료,경두개 자극술,인지행동치료, 마음챙김에 기반한 인지치료 등이 대표적인 치료라 할 수 있겠습니다.일정 기간 인내심을 가지고 치료를 받아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또한 재발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치료 기간 동안 고민하고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강구해두어야 합니다.

일상적으로 우리가 우울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주로 우울증까지 발생한 경우는 우울치료에 전념하는 것이 될 것이고, 경미한 우울에 대처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이 몇 가지를 꼽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쓸데 없는 생각을 정리해야 합니다. 우울감이 나를 찾을 때는 쓸데 없는 잡념 (병원을 찾는 분들이 실제로 많이 쓰는 표현이십니다.)이 드는 경우가 많고, 이 생각들이 하루 종일 지속되고 불면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은 하루 종일 하더라도 큰 도움이 안 될뿐더러, 실제로 요약하고 보면 별 일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종이를 한 장 꺼내고 본인의 쓸데 없는 생각을 써보면 도움이 됩니다.쓰고 나면 내용이 많지도 않고 별 내용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며,쓰는 동안 간결하게 정리가 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둘째, 위축되지 않고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격렬한 운동을 추천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극심한 우울증으로 의욕이 없을 때 운동을 독려하는 내용도 아닙니다. 약간의 기분이 다운될 때는 가벼운 운동,간단한 맨손 체조 등이 우울한 생각의 고리를 끊어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습니다. 또한, 간단한 자세의 변화는 우울의 늪으로 빠져드는 기분의 변화를 막아주는 역할도 합니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에는 움츠러들기 쉽기 때문에 간단한 운동에 대해 다른 시기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셋째, 평소에 본인이 좋아하는 일과 숙달감을 주는 행동들이 무엇인지 알고 실천합니다. 누구나 본인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버릇이나 스스로에게 주는 상 같은 게 있습니다. 또한, 개개인에게 의미가 있는 일이고 안정감을 주며, 기분을 좋게 해주는 일들이 있는데,미리 그런 것들을 정리하고 숙지하여 둔다면 기분이 안 좋을 때 한 두 가지씩 실천해봄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평소에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 수 있도록 명상을 하거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두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는데 혼자의 힘으로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약간의 전문서적, 지인들과의 대화가 도움이 될 수 있고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 홈페이지 블루터치의 다양한 컨텐츠를 이용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우울,불안,음주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온라인 자가관리 프로그램이 탑재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이 모든 것이 어렵다면 각 해당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도움을 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누구보다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돌볼 수 있다면,우울을 극복할 수 있는 내적인 에너지는 언제든 확보할 수 있습니다.
조성준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