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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이야기 -17] "토닥토닥...." 마음의 위로.../김진형(서울시정신건강증진센터 소아청소년정신보건팀장)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08.29 조회수272

"토닥토닥....." 마음의 위로...


김진형

(서울시정신건강증진센터 소아청소년정신보건팀장)



어른이 되고나면 학창시절이 가장 행복할 때라고 말한다. 
나 역시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그럴 만한 여러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세상 걱정 없던 그 시절....
아니.. 그 시절 걱정은 걱정으로도 취급될 수 없었음을 뒤 늦게 깨닫기에...
그 시절을 그리 말할 수 있나보다.

 

얼마 전, 고3 남학생을 만났다.
첫 시간...! 
매우 냉소적인 반응에 친구들은 물론, 나도 움찔할 정도였다. (아무렇지 않은 듯) 나는 그 아이와의 상담을 시작했고 아이는 매우 비협조적인 태도로 시간을 채워나갔다(그때 나는 마음이 조금 무거웠던 것 같다).

 

상담 중반쯤이 되었을까....
나를 외면하고 앉아있던 그 아이의 자세는 점점 나를 향하고 있었다. 

 

무엇이 아이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오로지 그 아이에게 집중했다. 

 

그 아이는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고교시절을 홀로 외롭게 마음의 문을 닫은 채로 지냈단다. 그렇게 되어 버린 계기는 어떤 사건에 휘말리면서였단다. 
당시, 억울한 마음에 선생님은 물론, 어머님께도 말을 했었다고 한다.
선생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고, 믿었던 어머님은 “누가 거기 있으래? 네가 거기 없었으면 되잖아.” 였단다.

 

내 이야기 좀 들어달라는 그 아이의 작은 외침은 그렇게 외면당했고, 마음의 상처는 그렇게 새겨졌던 것이다. 아이는 그런 학교를 떠나고 싶었고, 엄마도 미웠다고 한다.
친구도, 공부도, 어떤 것도 좋아할 수가 없었고, 성실한 아들도 포기했던 것 같단다.

 

2년이나 지난 일을 아무런 의도 없이 내게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그 아이의 말에 진정성을 느낄 수가 있었다. 누군가 한사람만이라도 아이의 말을 믿어주었더라면.. 어땠을까?

 

‘네 말을 믿는다’ ‘괜찮다’라는 토닥임이 있었다면 조금은 즐거운 고교시절을 만들어 갈 수 있었을 텐데... 우리 어른들이 그 아이의 학창시절을 빼앗은 건 아닐까.. 
그 아이의 소중한 고교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텐데 말이다.
알 수 없는 미안함이 든다.

 

시간이 흘렀고 다시 그 아이를 만나기로 한날이다.
그 아이를 만나기 위해 이제 출발하는데 학교 선생님께서 다급하게 전화가 왔다. 
아이가 벌써 상담실에 와 있단다.
나를 움찔하게 했던 그 아이가 이제는 먼저 나를 기다리고 있단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마음이 급해진다. 

 

상담실 문을 열었을 때 아이는 추운 방에서 혼자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고맙다”고 말한다.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기다렸단다. 
스스로 그런 표현이 쑥스럽다고 말하며 부끄러운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너무 뜻밖의 표현에 무한감동이었다.

 

그날 나는 아이의 부드러운 표정과 웃음을 보았다. 
하고 싶은 꿈이 생겼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준다. 

작은 토닥임이 큰 위로가 되었던 것이 아닐는지 생각해본다.
순수함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이라... 더 쉽게 스며들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경험한 순간이었던 것 같다.  

  

오늘은 나도 토닥임이 필요한 것 같다.
혹 이글을 읽는 당신도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받을 수 있다면 다행이고...) 
나 자신을 만나는 시간 안에서 그 에너지를 충전해 보길 바란다.
위로와 따스함이 있을 테니...    

위로와 따스함으로 충전된 에너지를 
또 다른 이들에게... 나눠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