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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이야기 -15] 삶의 낙(樂)/강연주(서울시정신건강증진센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06.25 조회수198

? 삶의 낙(樂)

 

 

강연주

(서울시정신건강증진센터 조기정신증관리팀장)

 

 

20대의 나의 화두는 ‘세상속에 나를 던지고 나를 바꿔보자“였다. 마음에 들지 않는 내 자신을 바꾸고자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했고 겉보기에 어느 정도 변화는 있었다. 늘 혼란스러움, 어수선함, 늘 미완성인 상태로 남아있던 20대였지만 가장 큰 성과는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하는 일 속에서 고민하다가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된 점이다. 그것은 사람의 본질적인 가치를 다루는 정신건강분야에서 매진하고 갈고 닦으면서 나와 주변 사람들을 함께 이롭게 하는 일들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 당시 내 삶의 낙(樂)은 나의 일터였고 나의 에너지 대부분을 이곳에 쏟아 부었다.

 
30대에 들어와서 나의 화두는 “나를 바꾸기보다는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아나가자”였다. 부족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수용하고 존중하기로 했고, 그래서 내 자신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꿈꾸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해나가고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이 길이 정말 나에게 맞는 것인지, 끊임없이 에너지를 모두 쏟아부었지만 일로부터 소외당하는 기분,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지만 웬지 모를 허탈감과 무기력감, 정체되어 있는 나에 대한 위기의식, 가정과 사회에서 수많은 역할을 해내도록 요구받는 워킹맘의 고단함, 이러한 과정들속에서 점점 내 삶의 낙(樂)이 없어진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 동안을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과 마음을 잡지 못하고 멍하게 있을 때가 많았다.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영역을 남겨놓지 못하고 삶의 구석구석에 에너지를 쏟아부었지만 나를 위한 휴식도 재충전 없이 그저 달려온 것 같다. 아마도 소리없이 나에게 소진이 찾아왔던 것 같다. 

 

소진증후군(Burnout Syndrome)은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무기력하고, 어떤 일도 할 마음이 들지 않는 상태로 내가 선택한 일에 에너지를 다 쏟아 붓다가 어느 순간 일로부터 스스로 소외당하면서 겪는 심리적 ? 행동적 증상들로서 ‘탈진증후군’이라고도 한다. 대표적인 증상은 극한 피로, 심한 불안감, 분노, 삶의 의미 상실, 무기력, 스트레스, 식욕감소, 체중감소, 수면장애, 삶에 대한 무관심 등이다.

소진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의 특징은 힘든 목표를 정해놓고 에너지가 고갈될 때까지 자기 자신을 몰아붙이거나, 휴식과 재충전 없이 맡겨진 일을 끝까지 완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직장인 뿐 아니라 주부, 학생 등 목표 달성을 위해 압박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와 같은 증상에 빠질 수 있다고 한다.

 

소진상태에 빠져 있을 때 현재 내게 주어진 역할 중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스스로에 기대수준을 좀 더 낮추어보려고 했고, 일주일에 한 번 딸과 함께하는 산책과 소풍시간은 나에게 힐링의 시간이 되어주었고, 그 동안 놓치고 지냈던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하나씩 찾아나가고자 했다. 한 동안 소진증후군으로 허우적댔지만, 지금 이 순간 난 ‘내 삶의 낙(樂)’을 하나둘씩 찾아나가는 과정에 있다.

 

모든 세대에서 그 시기별로 감당해야 하는 어느 정도의 삶의 무게는 있을 것이다. 그 무게감은 사실 특별히 누군가 지워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저마다의 삶의 무게로 인하여 괴로워하기도 하고 떠나고 싶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한다. 여러분의 어깨에 놓인 삶의 무거움을 잠시 내려놓고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 또는 나를 늘 묵묵히 쳐다보고 있는 넓은 하늘과 주변 자연환경들을 잠시 떠올리며, 늘 그 자리에 있어서 미처 느끼지 못했던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들을 조금씩 찾아나가는 연습을 해보자.

 

여러분도 저마다의 ‘삶의 낙(樂)’을 지금 이 순간부터 조금씩 찾아나가고 느껴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