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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이야기-13] 기다림/이승연(서울시정신건강증진센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04.27 조회수256

 기다림

 

 

이승연

(서울시정신건강증진센터 중독관리팀 상임팀장)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 아닐까?

 

우리는 기다림과 그 기다림에 대한 설렘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다. 엄마의 따뜻한 품을 기다리고, 퇴근 길 아버지 두 손에 들려 있는 맛있는 간식을 기다리고, 공부를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졸업을 기다리고, 배우자와의 행복한 삶을 꿈꾸며 결혼을 기다리고, 매달 들어오는 월급을 기다리고, 편안한 노후의 삶을 기다리며 매 순간 순간을 우리는 기다리며 살고 있다.

 

 

사람들은 다양한 형태의 기다림을 안고 살아가고 있지만 누구의 기다림이 더 의미 있고, 그렇기 때문에 누구의 기다림이 더 가치 있다는 기준이 존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구나 그 순간, 그 나이, 그 상황에 따라 스스로 중요하고 가치 있다고 믿는 것들에 대한 기다림을 안고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다만, 그 기다림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따라 그 기다림의 형태와 삶의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알아가는 과정 또한 중요할 것이다.

 

 

때로는 기다림에 지치고, 원하는 삶의 목표와 현실의 괴리감에서 오는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즉각적인 만족과 쾌감을 쫒아가기도 한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 잠깐이라도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점점 기다림과 그 기다림에 대한 설렘을 잊고 살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곧 즉각적인 만족과 쾌감이 주는 허망함을 느끼는 순간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휘몰아쳐 스스로를 힘들게 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살아가는 과정일 뿐 결과가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모든 것들이 헝클어져 그 오랜 기다림이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는 순간들도 있을 수 있고 스스로가 정해 놓은 목적지와 방향을 잃고 헤멜수도 있지만 이 모든 삶이 소중한 것은 기다림의 목적 그 자체만큼이나 기다림의 과정 또한 소중했었다는 사실이다. 잘못 들어선 길은 다시 되돌아 길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

-니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