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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이야기-10] 남의 이야기만 잘 들어주는 남편/고진선(서울시자살예방센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02.08 조회수267

‘남의 이야기만 잘 들어주는 남편’

 

고진선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위기관리팀)

 

연애기간 7년, 결혼생활 3년차
한 아이의 아빠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위기관리팀장
사회복지사, 정신보건사회복지사......

 

 

나를 표현하는 다양한 단어들은 삶의 굴레에서 얻어진 것들도 있지만 다양한 사회생활을 통한 것들이 대부분이다.이러한 수식어들의 공통점들을 살펴보면 휴머니즘[humanism]적인 요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난 과연 휴머니즘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며칠 전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8개월 차에 접어든 귀여운 딸의 애교를 보기 위해 손살 같이 퇴근을 하였다. 물론, 딸이 조금 더 크면 아내보다 잔소리가 많아 스트레스를 준다는 선배들의 말씀들이 있긴 하지만 이 시기 딸 가진 아빠들은 자기 딸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있기에 나 역시도 부푼 마음을 가지고 퇴근에 임하였다. 집 앞에 도착하여 현관 문을 여는 순간, 보행기를 타고 놀고 있던 딸아이는 퇴근하고 온 아빠를 반기듯이 두손을 들고 활짝 웃으며, 현관쪽으로 보행기를 밀기 시작하였다. 이에 나는 순식간에 손을 씻고 아이를 안고 오늘 뭐하고 놀았냐고 하며, 혼자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 순간 아내는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고, 난 아이를 안고 있기에 집중할 수 없어서 “ 무슨 이야기 했어? 잘 못들었는데...다시 이야기 좀 해줘봐 ” 라고 말했다.

아내는 한숨을 쉬며, “ 딸은 있고 아내는 없네...,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밖에서 엄청 잘 들어주고 집에 와서도 회사 이야기에 다른 직원들 이야기도 모자라서, 카카오톡으로 회사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정작 아내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하며 한국에서 정신건강 분야 전문가는 가정에서 역시 다른 집과 똑같은 한국 남자라고 말을 했다.

 

그 순간 나는 잠시 멈칫거렸고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게 되었다. 여성 내담자들에게 우울감, 무기력감, 불안, 흥미의 저하, 식욕 및 수면상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출산 후의 감정의 기복에 대해서 파악을 하던 나의 모습, 업무나 일상의 스트레스로 인해 힘들어하는 동료들과 친구들에게 공감하는 나의 모습들....

 

 

하지만 이러한 모습들 이면에 나와 함께 평생을 보낼 동반자에게는 “ 남의 이야기만 잘 들어 주는 남편” 으로 표현될 수 밖에 없는 사실에 다시금 휴머니즘적인 삶의 방식을 가정에서도 적용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다음과 같은 것들을 실천하여 아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남편, 여성의 우울증 예방을 위한 가족 내의 전도사로 활동하기를 다짐하였다.

 

블루터치 회원이신 많은 기혼 남성분들도 여성의 우울증 예방을 위한 첫 시작을 아내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부터 저와 함께 해보시는 건 어떠신지요? 어렵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쉽게 지키기는 쉽지 않을테니 오늘부터 함께 노력해 볼까요?

1. 연애할 때 두사람이 이야기를 나누었던 상황들을 돌이켜보고 결혼 이후에도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2. 아내와 대화할 수 있는 공통적인 주제를 찾아보도록 한다.
3. 자녀나 집안 문제 때문이 아닌 둘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도록 노력한다.

    일주일에 최소 7시간 이상 아내와 단둘이 있는 시간을 가지는데 이런 시간을 규칙적으로 배치하도록 한다..
4. 하루에 한 번씩 아내를 칭찬하라.
5. 단 둘이 이야기를 할때 처음 한시간 동안은 절대 집안 문제 및 경제적인 문제는 꺼내지 않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