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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이야기-8] 가을날의 단상/오병훈(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2.11.20 조회수196

가을날의 단상

 

오병훈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문5

문을 열어야
네 얼굴을 볼 수 있지

문을 열어야
네 손을 잡을 수 있지

문을 열어야
우린 만날 수 있는거야

그래,
나도 열고 너도 열어야
서로 안을 수 있는거야

아직도 당신을 보러오는 날이면 마음이 설레곤 하지요
와서 의젓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볼 때 그렇게 마음이 편안하고 반가울 수가 없죠
그 모습이라도 오래 오래 보여 주는 게 나에 간절한 바램이지요
지난날을 돌이켜볼 때 아름다운 추억이 지나갑니다.

 

늦가을 어느 세련된 날
우연한 기회에 발길이 다가가 요양원에서 생활 중인 치매 노인들의 작품전을 연다는
갤러리에 들려 바라보다가, 그래도 발길을 쉬 옮길 수 없어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 카메라에 담아 소중히 옮겨온 글이다.

 

부연설명이 필요 없이 제목이 말해주듯, 시 “문5”는 환자의 글로 매일 언제라도 당신의 방문을 위해 문을 활짝 열어 놓겠다는 은은한 그러면서도 오히려 점점 간절한 바램을 담고 있으며, 굳이 제목이 필요 없는 아내의 사연은 그래도 그 모습이라도 오래 오래 살아만 주었으면 하는 소망일 것이다.

 

그래요
사랑은 이렇듯 우리의 영혼에 다함없이 퍼붓는 믿음,
시간의 흐름 속에 살아서 숨 쉬게 하는 삶의 온기 그 자체 일 런지도 모르죠..
온 정성을 바쳐 환자들 및 가족을 위해 일 해오는 정신보건센터에 몸담고 있는 직원여러분!
우린 너, 나 할 것 없이 “네가 될 수 있고, 내가 될 수 있는” 늦가을의 추위를 외롭지 않게 녹여줄 변함없이 그리운 소중한 식구들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