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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예방 상담전화 "있으나 마나" - 경향신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05.17 조회수1088
경향신문 2005-03-09


해마다 1만여명이 넘는 국내 자살자를 줄이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전국 126곳
에 운영중인 자실위기 상담전화가 사실상 '불통(不通)'이다. 최근 영화배우 이은주씨 자살사건 이후 자살과 우울증을 호소하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으나 전담 상담원조차 없는 등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대부분 상담전화는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내내, 공휴일에는 아예 연결조차 되지 않고 있다.

◇우울증과 처지비관 전화 쇄도=올 1월부터 자살위기 상담전화(1577-0199)가 운영된 이후 서울시 광역보건센터에는 자살과 우울증을 상담하는 전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월엔 하루 평균 10여통에 불과했으나 이은주씨가 자살한 2월말 이후 하루 80여통으로 증가했다.

춘천 정신보건센터를 비롯한 지자체 시·군 보건소에도 최근 '자살충동'을 느끼고 있다는 호소가 하루 평균 5~6건씩 이르고 있다. 특히 상담전화의 절반 이상이 우울증에 대한 것이며, 90% 이상이 자살까지 생각해봤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광역보건센터 전준희 팀장은 "2월말 이후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자살자의 80~90%가 우울증을 앓은 후 자살을 하기 때문에 이들 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상담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무기력한 자살상담전화=일반적으로 자살상담은 정신과 의사나 일정 자격을 갖춘 정신보건간호사가 맡도록 돼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중인 자살위기 상담전화는 전담요원 없이 정신보건센터의 사회복지사와 임상심리사 등이 교대로 상담을 맡고 있다. 이들 상담원은 자살상담전화 개통을 앞두고 상담요령이나 방법 등에 대해 사전교육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역의 한 상담원은 "전화받기 전에 필기도구를 지참하고 3번 이상 울리기 전에 전화를 받을 것 등 일반적인 전화통화 요령만 지침으로 내려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 자살상담전화는 일요일과 공휴일의 경우 아예 전화가 연결되지 않아 상담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경향신문은 지난 6일 오후 경기 수원시 위기상담전화에 연결을 시도했으나 '지금은 외출중이니 용건을 남기라'는 음성 메시지만 반복됐다. 이후 담당자에게 호출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부산시 자살 위기 상담전화도 이날 '지금은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만 되풀이됐다. 그나마 자살위기 전화는 요금도 거는 사람이 부담하게 돼 있다.

남윤영 연세대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의 '자살상담 핫라인'에서는 전문성을 가진 전담요원이 상담을 맡고 있으며 전화를 거는 사람의 전화번호와 주소 등이 자동으로 입력돼 경찰 등에 의해 자살이 예방되고 있다"면서 "통계적으로 봄철인 4월부터 자살자가 증가하기 때문에 서둘러 체계적인 상담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기자 j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