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3. 19. 동아일보
상담-출동-교육 겨우 7명… 서울 광역정신보건센터 온라인 상담
16일 오전 10시. 기자는 인터넷 주소창에 ‘www.suicide.or.kr’을 쳤다. 서울 광역정신보건센터가 운영하는 온라인 상담사이트다.
서울 광역정신보건센터는 인터넷과 전화로 정신질환에 대해 상담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공공 시스템으로 전국 135개 정신보건센터 중 가장 잘 운영되는 곳이다.
실제 기자가 채팅 상담을 받아 보았다. 채팅 상담 아이콘을 클릭했다.
모니터에는 상담원이 준비가 되지 않아 사이버 상담실에 입장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떴다. 10분 뒤 다시 시도해도 역시 상담실에는 접속할 수 없었다. 30분이 지나서야 겨우 입장이 됐다.
너무 느렸다. 만일 심각한 우울증으로 자살까지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오래 기다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서울 광역정신보건센터에는 전문적으로 온라인 상담을 하는 요원은 없다. 정신보건 간호사, 정신보건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총 7명이 온라인과 전화상담, 긴급출동, 지역정신보건센터 교육까지 맡아야 한다. 이 정도 인력이라면 평소(월평균 600건 상담)에도 그렇지만 특히 상담이 늘어나는 요즘 같은 초봄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 상담원은 “전국적으로 환자는 늘어가는데 상담 전문기관이 부족해 경찰이나 소방서 쪽의 상담 수요까지 이곳으로 집중되기 때문”이라고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기자가 말문을 열었다.
“최근에 부서를 옮겼는데요. 부서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힘들고 상사와 동료들과의 관계도 힘들어요. 아침마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짜증나서 듣는 사람도 아무도 없는데 욕을 하게 돼요.”
“네, 그러시군요.”
“그러다 갑자기 온몸이 무기력해지면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고 일어나기도 싫고….”
처음에는 “네” “네” 정도로만 내용을 들어주던 상담원은 기자가 증세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기 시작하자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태도로 바뀌었다.
‘잠은 잘 주무시나요’ ‘예전에도 그런 적 있나요’ ‘가까운 사람에게 고민을 말해본 적 있나요’ ‘자살 충동을 느끼신 적은 있나요’ ‘예전에 자살 시도를 한 적 있나요’ 같은 질문이 이어졌다.
약간의 우울감이 있던 기자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대가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좀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정신보건센터에 상담을 해 주는 정신과 전문의를 배치하고 “정신과에 가 보라”는 말 대신 진료를 해 주는 것도 대안이 될 것 같았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