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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감기<우울증> - 동아일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7.03.21 조회수1229

 2007. 3. 19  동아일보

 

[마음病]<1>마음의 감기 ‘우울증’



《본보가 최근 ‘몸 아프면 마음부터 살피세요’ 시리즈를 통해 정신질환에 대한 국민의 지식이 ‘문맹’ 수준으로 낮고 이 점이 결국 자살로 이어진다는 내용의 보도를 하면서 정신질환의 심각성과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 본보 9일자 A1·4면, 10일자 A10면 참조

▶ 몸 아프면 마음부터 살피세요…국민 58%가 ‘정신건강 문맹’

 

▶ 상담 권하면 “미쳤단 말이냐” 화부터 벌컥

 

▶ 자살, 예방할 수 있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기 위해 본보는 플러스 건강 면에 ‘마음병’ 시리즈를 5회 걸쳐 연재한다. 첫 회는 최근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우울증을 다룬다. 》

 

너무 흔한 병… 100명중 15명 일생에 한번쯤 앓아

 

너무 몰라 병… “의지박약 탓” 치부… 치료시기 놓쳐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다. 누구나 한 번쯤 감기를 앓듯이 현대인들은 우울증에 빠진다. 100명 가운데 15명가량은 일생에 한 번쯤 우울증에 걸리지만 초기에 잘 대처하면 감기처럼 치료하기 쉽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으로 우울증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거나 발견하더라도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아 악화시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우울증 환자의 15%가량이 자살을 시도한다는 통계가 있다.

 

○ 우울증에 대한 편견부터 없애야

 

미국 유명 배우인 브룩 실즈는 산후 우울증에 걸렸다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회복됐다. 그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산후 우울증 극복 방법을 담은 책을 펴내기도 했다. 자신의 우울증 경력을 숨기지 않고 공개적으로 알렸으니 외국에선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이 심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남궁기 교수는 “인슐린이 부족하면 당뇨병이 오듯이 우울증은 뇌에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하면 찾아온다”면서 “조기에 치료하면 쉽게 나을 수 있지만 한국인은 정신과 치료를 꺼리는 듯하다”고 말했다. 외국에선 인생을 살아가면서 부닥치는 갖가지 고민을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상담하고 있어 정신과에 대한 마음의 문턱이 낮다.

 

우울증은 세계적으로 볼 때 매우 흔한 병이다. 세계에서 판매되는 약 순위에서 우울증 치료제가 10위 안에 들 정도다. 약의 부작용도 거의 없다.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신경정신과 박원명 교수는 “한국에서는 우울증을 질병으로 보지 않고 개인이 나약하거나 의지가 부족해 생긴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면서 “이 때문에 우울증 환자의 상당수가 우울증으로 인해 나타나는 신체 증상을 고치기 위해 내과 가정의학과 신경과 등을 전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우울감은 2, 3일이면 사라져

 

사람은 살아가면서 아무런 이유 없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우울한 감정을 겪을 때가 있다. 일이 안 풀리거나 부부 싸움을 했을 때, 삶에서 고비에 이르렀을 때 많은 사람이 저기압 상태가 된다. 이런 상태는 우울증이 아니라 우울감이다.

 

우울감은 누구나 흔히 느낄 수 있는 정상적인 감정이어서 대개 2, 3일가량 지나면 사라진다. 집이나 직장 또는 학교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우울증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우울증은 항우울제와 면담 등 심리치료를 통해 80% 이상이 완쾌된다. 단, 우울증 치료제는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2, 3주가량 걸리므로 인내심을 갖고 약을 복용해야 한다.

 

대한우울조울병학회 기백석(중앙대병원 신경정신과) 이사장은 “우울증을 일으킨 뇌가 완전히 회복되려면 6∼12개월가량 치료를 받아야 하며 조기에 치료를 중단하면 재발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우울증은 재발할수록 치료가 힘들어지고 증상이 오랫동안 지속되므로 첫 치료에서 뿌리를 뽑아야 한다.

 

○ 치료 쉬워 가까운 병원 가도 무난

 

우울증이 있으면 우선 가까운 신경정신과 의원이나 종합병원을 찾는 게 좋다. 우울증은 감기처럼 쉽게 진료할 수 있는 질환이므로 어느 병원이든 상관이 없다.

 

우울증은 갑상샘질환, 고혈압, 당뇨병 등의 질환이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우울증 외에 동반된 신체질환이 있거나 △일정기간 치료 후에도 호전이 안 되거나 △자해나 타해를 시도한 경험이 있다면 가까운 종합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병원에 가기가 부담스러우면 최근 속속 들어서고 있는 상담센터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서울시 광역정신보건센터에서 운영하는 24시간 상담전화(1577-0199) 또는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긴급전화 129의 위기관리 서비스에서 우울증 및 자살 상담을 하고 있다. 생명의 전화(1588-9191)도 자살 예방 및 정신건강 상담을 24시간 하고 있다.

 

우울증의 종류와 특징
종류 특징
가면 우울증 우울증이 우울 이외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 청소년은 우울증이 학업능력 저하, 비행으로 나타남. 노년기 우울증은 치매처럼 나타나기도 함.
성공 우울증 자기의 목표치를 다 이루고 난 뒤 허탈감 또는 목표 상실로 나타나는 우울증.
멜랑콜리아
우울증
새벽에 일찍 잠에서 깨거나 식욕 부진이나 체중 감소, 활력 상실 등을 특징으로 하는 전형적인 우울증. 증세는 심해 보여도 약에 잘 듣는다.
기분부전장애 심하지 않는 우울 증상이 2년 이상 지속된다. 반면 일반적인 우울증은 치료를 안 했을 때 9∼12개월 지속됨.
양극성 우울증 우울증에 기분 좋은 상태인 조증이 나타남. 자살 위험이 큰 우울증.
정신병적 우울증 우울증에 환청 망상 등의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돼 있는 경우. 죄를 지었다거나 벌을 받아야 된다거나 세상이 망해버릴 것 같고 큰 병이 있다거나 자신이 파산했고 가진 것이 전혀 없다는 망상을 흔히 보인다.
계절성 우울증 계절에 따라서 우울증세가 2년 연속 반복됨.계절만 바뀌면 정상이며 많이 먹고 잠을 많이 자는 것이 특징. 광선 치료가 효과적.
산후 우울증 심하면 아이에게 위해를 가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출산 뒤 생기며 증상이 1, 2주일 지속 됨.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