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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기획특집]자살,이제는 막아야 한다(3)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09.11 조회수1004
자살, 이제는 막아야 한다] "연령·개인별 원인 무시 판박이 대책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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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령대별 자살상담 사례
• 서울市 광역정신보건센터 상담실 긴박한 24시
• 자살 상담자 20대가 절반 이상

60代 이상-5년새 2배나 급증 추세…생활고·질환이 주된 이유… 일 제공·질병 관리 바람직
30~50代-'집안의 가장' 중압감…장기간 만성화 특징…우울증 검사 프로 확충을
10代-입시·따돌림·폭력탓 즉흥·충동적 시도 많아…상담통해 90%이상 치유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는 연령대별로 큰 차이가 난다. 10, 20대는 학교폭력과 학업 부담, 진학ㆍ취업에 남모를 고민을 하고, 중ㆍ장년층은 가정 경제의 무거운 짐이 어깨를 짓누른다. 60대 이상 노인들은 생활고와 각종 질환으로 자살을 떠올린다. 결국 자살을 예방하려면 연령대별로 맞춤형 대책이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자살의 원인이 개인별ㆍ세대별로 다양한 만큼 만병통치식의 자살예방대책은 있을 수 없다"며 "연령대별로 특화한 자살 요인을 꼼꼼히 분석한 뒤 '생애 주기'에 따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소리 없이 목숨 끊는 노인들

2005년 1월~올 7월 서울시 광역정신보건센터 피상담자를 연령대별로 나눠보면 20대(37.6%)가 가장 많았고 60대 이상은 3.5%로 가장 적었다. 그러나 지난해 자살자 1만4,011명 중에는 60대 이상(33.6%)이 가장 많은 반면, 20대(10.2%)는 10대(2.3%)에 이어 적은 편이었다. 60대 이상은 혼자 끙끙 앓다 목숨을 끊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60대 이상 자살자는 2000년 2,329명에서 지난해 4,706명으로 5년 만에 2배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노인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정보 격차 해소 ▦복지정책과 병행 두 차원에서 동시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시 광역정신보건센터 이명수 센터장은 "노인들은 자살예방 기관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고 인터넷 이용도 어렵다"며 "젊은 층과의 정보 격차가 자살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내년부터 노인정 노인복지관 등에 '긴급 콜' 전화를 설치하려는 것도 노인들의 자살상담 접근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보건복지부 이원희 정신보건팀장은 또 "노인 자살은 주로 생활고, 사별, 질환 때문에 발생하는 만큼 질병 관리와 일자리 제공 등 노인복지정책 차원에서의 예방책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나를 말하고 싶은 10대들

10대들은 감수성이 예민하기 때문에 조그만 충격에도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어른의 시각에서는 '어이없는' 자살이 일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살의 원인이 비교적 정형화한 중ㆍ장년층과 달리 가정문제, 학업 부담, 학교폭력, 집단 따돌림 등 학교ㆍ가정생활에서 파생된 다양한 이유로 자살을 시도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유명인이나 주변 사람이 자살했을 때 따라서 목숨을 끊는 '모방 자살'이 빈번한 것 역시 10대 자살의 특성이다.

서울시 광역정신보건센터 전준희 위기관리팀장은 "청소년들이 어른들에 비해 고민의 폭은 넓지만 깊이는 얕다"며 "따라서 상담 등을 통해 90% 이상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책임감 시달리다 떠나는 30~50대

30~50대 남성들은 대개 집안의 가장으로 경제적 문제를 책임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금전적인 문제나 사업실패 등에 대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면서도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스트레스가 장기간 누적돼 자신도 모르게 만성적인 우울 증세를 보인다. 이명수 센터장은 "우울증 검사를 손쉽게 받을 수 있도록 직장 내 자가검진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의료비 지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입력시간 : 2006/09/07 1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