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상세보기
[한국일보 기획특집]자살,이제는 막아야 한다 <상>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09.11 조회수1104

 

[자살, 이제는 막아야 한다] <상>누가 왜 스스로 목숨을 끊나
가족문제가 극단의 선택 "충동 주범"
29%나 차지 최고 비중…젊은층 대인관계 등 고민
중장년층 "경제문제 탓"


관련기사

• "연령·개인별 원인 무시 판박이 대책 NO"
• 연간 몇 명이나 목숨 끊나?
• 연령대별 자살상담 사례
• 서울市 광역정신보건센터 상담실 긴박한 24시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자살자도 대개 남은 가족이나 친지들의 구구한 추측만이 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를 간접적으로 전해줄 뿐이다. 유서를 남긴 경우에도 먼저 가는 미안함, 사회에 대한 막연한 원망이 대부분일 뿐 자살이란 막다른 길에 몰리게 된 사연은 대개 가슴 속에 깊이 싸 안고 간다. 그들은 왜 자살을 택했을까.

서울시 광역정신보건센터에 2005년 1월부터 올 7월까지 자살 상담을 한 937명을 통해 자살을 마음 먹게 된 주변 상황, 심리 상태 등을 살펴봤다. 이들 중 57%는 과거에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었고 이 중 3번 이상 시도한 사람도 30%나 됐다. 안타깝게도 자살한 사람도 4명이나 됐다. 나머지는 자살을 고민하고 있는 경우다.

●가정이 자살의 진앙

자살 충동을 불러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가족문제였다. 피상담자의 28.5%가 가족문제로 자살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1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가족은 상담자를 절망의 나락으로 이끄는 제일 큰 고민거리였다. 가족문제 중에서는 재산문제와 성격 차이 등으로 인한 가족 구성원간 갈등(75%)이 가장 심각했다. 가족 내 소외감, 배우자 외도, 가정폭력, 가출 등으로 충격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기러기 아빠들이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상담을 의뢰하기도 했다. 전준희 위기관리팀장은 "가족 간 대화 부족, 이혼 등 가족해체가 가속화하면서 사소한 문제에도 구성원들이 큰 충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젊은 층은 비관ㆍ대인관계

가족문제 다음으로 자살을 유발하는 요인은 비관(16.1%) 대인관계(14.7%)였는데 주로 20, 30대 등 젊은 층이 이런 이유로 자살 충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비관은 단순한 삶에 대한 비관부터 장애와 질병, 사회적 무관심에 대한 비관까지 다양했다. 성형수술이 잘못돼 자살을 생각한 사람도 6명이나 됐으며 군대 생활 중 구타와 언어폭행, 부적응 등으로 자살을 고민한 경우도 있었다. 대인관계 중에서는 이성문제로 자살을 생각한 경우가 가장 많았지만 친구나 직장동료와의 갈등 및 부적응, '왕따' 등으로 고통 속에 있는 피상담자도 상당수였다. 또 취업 및 성적 문제(13.6%)도 자살 위기를 초래하는 주요한 동기였다. 전 팀장은 "10대와 20대 초반은 진학과 취업, 20대는 사회생활 부적응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40대 이상 남성은 생활고

생활고 카드빚 부도 주식투자 도박 등 경제문제(13.9%)가 자살 위기의 원인이 된 경우도 40, 60대를 중심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경제 활동이 활발한 40대 뿐 아니라 60대 이상 노인들도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평생 자식들을 부양했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경제적으로 지원을 못 받는 노인들이 쉽게 절망감에 빠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밖에 남성들은 경제문제에 대한 고민이 큰 반면, 여성들은 이성문제가 골칫거리였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입력시간 : 2006/09/06 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