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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기획특집]자살, 이제는 막아야 한다(2)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09.11 조회수1033
[자살, 이제는 막아야 한다] 연령대별 자살상담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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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代-"하루에 학원만 3곳… 입시 매달린 삶 끔찍"

고교 2학년 학생입니다. 중학생이 되면서 어머니의 스케줄 관리가 시작됐습니다. TV는 상상할 수도 없고, 인터넷 사용도 어머니의 감시 대상입니다. 하루에 학원 3곳을 가야 해 밤 12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 옵니다. 아직 대학입시가 1년이나 남았는데 이 생활을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 끔찍합니다.

죽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부촌(富村)에 살지만 그런 것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올해 절친했던 사촌 형이 아파트에서 뛰어 내려 자살했습니다. 그걸 본 뒤 마음이 늘 불안합니다. 때로는 따라 죽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20代-"너 얼굴이 그게뭐니… 따돌림에 환청까지"

대학 3학년 학생입니다. 주소야 서울 강남이지만 실제로는 산동네 쪽방에 삽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잘 사는 아이들에게 "옷이 싸구려야" "지저분하고 못생겼다"는 등 가정 형편이나 외모로 "왕따"를 당해 왔습니다. 그래선지 다른 사람이 날 항상 괴롭히고 욕한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이제는 환청도 들리고 죽고 싶다는 생각뿐입니다.

수면제를 먹기도, 손목을 칼로 긋기도 해봤습니다.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찾기까지 했습니다. 상담과 정신과 치료로 심리적 안정을 찾아 가고 있기는 하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는 부모님께 치료비를 의지하는 것이 괴롭습니다.

●30代-"동업자에 사기당해 주변사람조차 외면"

컴퓨터 관련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1년 만에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하고 1억원의 부채를 떠안게 됐습니다. "법 없이도 살 사람"으로 통하던 저를 주변 사람들이 모두 사기꾼으로 몰더군요. 정말이지 미쳐버릴 것 같았습니다. 잠을 못 이루고 밥을 먹으면 모두 토해버렸습니다. 미처 몰랐지만 심리적 고통이란 게 몸으로도 나타나는가 봅니다.

우울증도 심해져 저도 모르게 여러 번 자해했습니다. 그래도 전 운이 좋은 놈인가 봅니다. 가족의 간절한 설득으로 치료를 받으면서 서서히 옛 모습을 되찾고 있습니다. 취직도 하고 새로운 삶의 의욕을 갖고 싶습니다.

●50代-"아내 손찌검 버릇이 처자식 가출로 비화"

사는 게 사는 게 아닙니다. 처자식이 저를 버린 지 6개월째네요. 사실 젊을 때 좋은 남편, 좋은 아빠는 아니었습니다. 해외로 돈 벌러 가서 오랫동안 가장 역할을 못했고 귀국 후에는 술을 많이 먹고 아내를 때리기도 했지요. 그래도 저는 마을버스 운전으로, 아내도 이것저것 일을 하며 맞벌이로 열심히 살았고 아들도 어느새 사회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제 행복하게 살아야지" 했는데 그만 술을 먹고 아내에게 또 손찌검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집을 나가버리더군요. 모두 저를 외면하니 죽고 싶은 생각뿐입니다. 독극물도 샀다 버렸습니다.

●70代-"아내는 먼저 하늘로 자식들은 돈타령만"

아내가 심장병으로 죽었습니다. 절망감에 빠져 늘 극약을 가지고 다닙니다. 애들은 다 커서 결혼했지만 독립을 하지 못하고 돈을 내놓으라고 합니다. 다 큰 아이들 뒷바라지 하느라 많던 재산도 모두 탕진했습니다.

더 이상 삶의 희망도 없어 밤에 혼자 흐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아내를 먼저 보낸 뒤 자살하려고 두 차례나 수면제를 먹었습니다. 애들은 이런 제 속을 전혀 모르더군요. 우연히 서울시 광역정신보건센터에 상담을 했는데 상담원이 아들 딸까지 상담을 하더군요. 아이들도 내 마음을 알아주고 서로 이해하고 아끼게 될 수 있을까요.



입력시간 : 2006/09/06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