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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자,80%가 우울증 환자-오마이뉴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08.10 조회수1041
자살자, 80%가 우울증 환자
우울증, "자꾸만 혼자가 되려는 병"...서울 시민의 42.8%가 우울감 느껴
    변지혜(sayAlice) 기자   
"주위 사람들의 편견어린 시선 때문에, 정신과 다닌다는 얘기 못해요."

유주영(가명, 24) 씨는 벌써 5년째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녀는 모든 일에 흥미가 생기지 않고, 의욕도 들지 않아 하루에 열두 시간 이상 잠만 잔다고 했다. 잠을 자다가도 악몽에 시달리는 일이 잦고, 몸이 여기저기 아파서 기운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지난 4일, 주영씨를 만났다. 힘든 상황에 처해있는 그녀였지만, 최선을 다해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 병원에는 언제부터 다니기 시작했나.
"두 달 전부터 다녔다. 우울증세를 자각한 지는 꽤 되었는데, 병원에 가 볼 엄두가 나지 않아서 몇 번이나 포기했었다. 하지만 계속 심해지니 혼자 견딜 수가 없었다."

- 병원에서의 치료과정은 어떻게 되나? 증세 호전에 도움이 되는지.
"처음 병원에 갔을 때 두툼한 심리 검사지를 주더라. "예/아니오" 문항이 300개 적혀있었는데, 다 체크한 후에 테스트 결과를 기다렸다. 중증 우울증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예상은 했었지만 그래도 충격적이었다. 우울증 약을 지어다 먹고,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치료 받은 지 얼마 안 돼서는 좋아진 것 같았는데, 지금은 다시 안 좋아진 것 같기도 하고…, 그냥 그렇다."

- 몸이 아프다고 했는데, 증상은 어떠한가.
"늘 머리가 깨질듯이 아프고, 하루 종일 잠을 자도 개운하지가 않다. 식욕도 없는데다 밥을 먹으면 체할 때가 많다. 생리 주기도 일정치 않아서 걱정이다. 저번 달에는 3개월에 생리가 있었다. 산부인과에도 가봤는데, 신경성이라고 하더라."

- 대인관계는 어떤가. 친구들과는 자주 만나나.
"혼자 서울에서 살고 있으니까 식구들이나 고향 친구들을 자주 못 만난다. 집에 내려가도 눈치가 보인다. 친구들은 다 취업해서 일하고 있는데, 나는 대학 졸업한 지 4년 동안 제대로 일을 한 적이 없으니. 친구들도 나를 한심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잘 만나지 않게 된다.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내 험담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왠지 무섭다. 다들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마구 든다."

- 주변 사람들에게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는 얘기는 했나.
"엄마한테 얘기했다가 엄청 혼났다. "병원 치료받을 돈으로 맛있는 것 사먹고 기분전환 하면 되지, 뭐 하러 그런데 돈 쓰냐"고 하셨다. 내가 정신과에 다니고 있다는 것 자체를 기분 나빠 하시는 것 같다. 친구들에게도 정신과 치료 받는다는 얘기를 쉽게 꺼내기 힘들다. 다들 이상하게 볼 것 같다."

주영씨는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얘기하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편견어린 시선을 받으면 더욱 괴로워질 것 같아서였다.

서울시민의 42.8%가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서울시 광역정신보건센터에 따르면, 우울증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0% 정도가 겪을 수 있는 질병이라고 한다. 실제로 지난 4월 한 달간 서울시광역정신보건센터와 서울 소재 정신보건 기관 34개소가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거리에서 우울증 검사를 실시한 결과, 검사에 참여한 1492명 중 42.8%가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달 7일 대한사회정신의학회 춘계 학술 대회에서 국립서울병원과 이화여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 증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자살로 인한 사회적 손실비용은 연간 3조원에 달한다. 자살자의 80퍼센트가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우울증의 적극적 치료가 절실한 상황이다.

자살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우울증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비용은 연간 2조원에 달하고, 자살 위험이 있는 우울증 환자 수가 100만명에 이른다. 그렇지만 아직 우울증으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시청률 50%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에서조차 이런 대사가 나온다.

어느 날 몸이 마음에게 물었다. "난 아프면 의사 선생님이 치료해 주는데, 넌 누가 치료해 주니?" 그러자 마음이 말했다. "나는 나 스스로 치료해야 돼."

우울증은 과연 혼자 이겨내야 할 병일까? 우울증상이 있는 것을 자각하게 되면,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할까. 만약 우울증에 걸리게 되면 편견을 감수하면서라도 주위 사람들에게 털어놓아야 할 것인가? 서울시광역정신보건센터 정신건강증진팀장 이구상씨를 만나 우울증에 관한 상세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 서울시 광역정신보건센터 정신건강팀장 이구상씨.
ⓒ 변지혜
정신력만으로 이겨내기는 불가능...병으로 받아들이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

- 서울시광역정신보건센터는 어떤 곳인가.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서울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서울시로부터 위탁 운영되고 있는 서울시의 대표적인 공익 정신보건관련기관이다. 2005년 1월 27일 개소하였으며, 서울시의 정신건강증진을 위해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요사업은 정신건강증진사업, 위기관리 사업, 지역사회연계사업, 노숙인정신건강증진사업의 네 영역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주로 정신장애인 인식개선활동 및 우울증과 자살 관련 24시간 위기상담 등의 업무를 보고 있다"

- 우울증에 걸렸지만 자신이 우울증 환자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경우도 있을 것 같다. 초기 우울증 증상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일단 자신감 결여 증상이 생긴다. 자신의 위치에서 위축되며, 사람들 만나기를 꺼리게 된다. 한 달 정도 불면증이 계속된다거나, 입맛이 없는 경우 혹은 폭식을 일삼게 되는 경우 우울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 과도한 스트레스가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고 들었다. 다른 원인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환자 개개인의 유전형질과 환경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을 찾기란 힘들다. 현재 연구로는 생물학적 요인,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및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뇌의 신경전달 물질 분비의 조절이 원활하게 이루어 지지 않을 경우 우울증이 생기게 된다. 또한 우울증이 있는 부모나 형제, 친척이 있는 경우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부모 모두 우울증환자일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3, 4배정도 높다"

▲ 서울시광역정신보건센터. 서울시로부터 위탁 운영 되고 있는 서울시의 대표적인 공익 정신보건 센터이다. 현재 24시간 정신건강 상담전화(1577-0199) 시스템을 운영중이다.
ⓒ 변지혜
- 우울증 치료시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울증 약을 복용하다가 중지했을 경우, 몸에 이상이 생기지는 않나.
"그렇지는 않다. 우울증 약은 환자의 기분을 좋은 상태로 유지시켜주기는 하지만, 복용 중지시 시 우울한 기분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약물만으로는 완치가 되지 않을 뿐더러, 평생 복용하지 않는 한 우울증이 재발하게 된다."

- 우울증 환자가 있는 가정의 경우, 가족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우울증은 "혼자 있게 되는 병" 이다. 가족들이 환자에게 외부세계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간의 대화시간을 늘리고, 함께 외출을 하는 등의 노력을 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우울증 치료에서는 가족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정신과 상담 시에도 가족을 동반해 함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 앞의 유주영씨의 경우, 주변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정신과 치료중임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발병확률은 높은데 비해, 우울증에 관한 인식은 턱없이 부족한 것 같다.
"우울증은 병이다. 하지만 우울증을 병으로 인식하고 치료를 받는 사람은 전체 우울증 환자 중 약 10%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우울증 환자에게 "정신력으로 이겨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병을 정신력으로 어떻게 이겨내겠는가? 암을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있는가? 고혈압을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있나? 우울증은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한 병이며, 이에 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하루빨리 올바르게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