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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울리는 노숙인 대책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05.17 조회수1089
2005-10-20

장기적 경제불황 여파로 서울시내 노숙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서울시의 노숙자 대책은 임시방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인가 시설 등에 거주하는 잠재 노숙자들의 수가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 상황에서 상당수 노숙자들이 정신질환이나 알코올 중독 등 각종 질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조사돼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턱없이 부족한 노숙시설=19일 서울시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서울시내 노숙자는 3188명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의 2818명보다 12%(370명) 증가했다. 이 가운데 노숙자 쉼터 등 노숙시설에 수용된 사람은 2452명이며 거리 노숙자는 736명이다. 통계상 거리 노숙자는 전체의 25% 정도에 불과하지만 노숙자 통계를 정확히 산출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감안하면 실제 거리 노숙자 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상담보호센터(4곳)를 제외한 서울시내 노숙자 시설은 지난해 71곳에서 올해 64곳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는 열악한 생활 환경 탓에 노숙자들조차 쉼터 등 수용시설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 더구나 이 가운데 10곳은 노숙자들이 이용을 꺼려 사실상 폐쇄된 상태다.

현재 노숙자 시설 중 보건복지부가 '부랑인 및 노숙인 보호시설 설치운영 규칙'에서 제시한 노숙자 1인당 3평(30인 이상 시설)∼4평(30인 미만 시설)의 면적 확보를 충족하고 있는 곳은 전체 시설 가운데 9곳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쉼터 등 수용시설에서는 노숙자들에게 '잠자리'만을 제공할 뿐 '일자리 지원' 등 이들의 사회 복귀와 재활을 위한 도움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노숙인대책팀 관계자는 "쉼터 대부분이 새로 지은 건물이 아니라 기존 시설을 활용한 것이어서 기준에 맞지 않는 시설이 많다"며 "노숙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예산과 인력 문제 등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의료지원 '사각지대'=최근 노숙자 가운데 각종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비율이 크게 높아져 또 다른 사회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일시적으로 거리로 나왔던 노숙자들은 대부분 사회로 복귀한 데 비해 현재 남아 있는 이들은 오랜 기간 거리에서 생활한 장기 노숙자들이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이들은 각종 질환으로 자활 의지조차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범정부 차원의 단계별 지원 대책이 절실한 상태다.

서울시 광역정신보건센터에서 한국음주문화 연구센터 등과 공동으로 조사한 '노숙자 합동 진료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536명 가운데 78.6%가 정신과 치료가 필요했으며, 64.2%가 알코올 의존증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음주 빈도와 음주량이 증가할수록 정신질환 증상이 심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조사 대상자 중에는 에이즈와 한센병(나병), 매독 등 전염병 환자들까지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노숙자 관리가 심각한 수준임을 드러냈다.

그러나 서울시내에서 알코올·정신질환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곳은 성동구 '비전트레이닝센터'와 성북구 '아침을 여는 집' 등 2곳에 불과하다.

광역정신보건센터 이명수 소장은 "노숙자들의 질환 방지를 위해서는 최대한 안전한 주거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노숙자들을 제도권 의료시스템으로 편입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