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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노숙" 어제와 오늘> 질환관리 시급 - 연합뉴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05.17 조회수1047
2005-09-12

중증질환.알코올 중독 많아 "의료지원 전문화해야" 간염.결핵 등 전염성 질환에도 무방비 노출

(서울=연합뉴스) 특별기획취재팀 = 지난 1월 22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 화장실에서 2명의 노숙인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서울역 일부 노숙인들이 철도공안원에게 맞아 숨진 것이라며 난동을 부리기도 했으나 부검 결과 폭행당한 흔적은 없었으며 폐렴 등 지병에 의한 사망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노숙자 가운데 각종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비율이 크게 높아져 노숙자 문제 해결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 일시적인 경제사정으로 인해 거리로 나온 실직 노숙자들이 대부분 사회로 복귀한데 비해 현재 남아있는 노숙자들은 오랜 거리생활에 시달린 장기 노숙자이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들 장기 노숙자는 정신적, 육체적 질환으로 인해 자활 의지조차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영등포 보현의 집 기초해결센터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이곳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노숙자는 모두 1천82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744명(68.8%)은 각종 질환이 발견돼 별도의 진단과 치료를 일선 의료기관에 의뢰했다.

서울지역 노숙자들은 쉼터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곳에서 건강검진을 받는데, 검진후 즉시 병원에 입원한 중증 환자도 올해 39명에 달했으며 암 진단을 받은 노숙자도 4명 있었다.

노숙자가 급증했던 지난 98년 6월 외환위기 당시 보건복지부가 서울역, 영등포역 등의 거리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실태조사에서는 유병률이 33%에 불과했으나 7년만에 2배 수준으로 높아진 것이다.

보현의 집 관계자는 "노숙인의 대부분이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가운데 3명 중 1명은 비교적 심각한 상태"라며 "병원의뢰 노숙인의 약 70%는 알코올성 간질환과 정신질환자"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4월 서울시가 광역정신보건센터에 의뢰해 조사한 노숙자 합동진료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노숙자 536명 가운데 78.6%가 정신과 치료가 필요했으며 64.2%는 알코올 의존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의 유일한 거리노숙자 진료소인 서울역 무료진료소에도 최근들어 진료를 받기 위해 찾는 노숙자가 급증하고 있다.

올 상반기 이곳에서 진료를 받은 노숙자는 모두 1만2천43명으로 월평균 2천408명에 달해 2003년 1천510명, 지난해 1천906명 등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들 가운데 절반 가량은 근골격계나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으나 간염이나 결핵 등 전염성이 있는 질환에 걸린 노숙자도 수십명에 달한다고 진료소 관계자는 전했다.

서울역 무료진료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신상효 공중보건의는 "일반 행인들이 노숙인들의 전염병에 감염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그러나 동료 노숙인들에게 퍼질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그나마 스스로 진료소를 찾는 노숙인들은 치료 의지가 있지만 삶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며 "서울역 노숙인들 가운데 일부는 수개월내에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 사실상 시한부 인생"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는 지난 98년 이후 서울시내 거리에서 매년 300~400명의 노숙자가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자체, 경찰 등 현장 실무자들과 전문가들은 노숙자 가운데 알코올 중독자나 정신질환자들의 경우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이들 질환자는 부랑자와 다름없어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에 부랑자 시설로 입소를 유도해 24시간 생활하면서 장기적인 치료와 자활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들을 노숙자로 간주해 쉼터에 보낼 경우 대부분 음주문제 등으로 강제 퇴소를 당하거나 스스로 적응하지 못해 나오기 때문에 오히려 노숙이 만성화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시민.인권단체들은 노숙자에 대한 강제수용은 어떤 식으로든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사회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의협 정일용 박사는 "제3자의 입장에서 노숙인의 처지를 판단하고 강제력을 동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다만 알코올 질환이나 정신 질환자들은 기존의 쉼터 외에 다른 보호체계와 구호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true@yna.co.kr